“제가 그렇게 말했죠. 짧은 세 달, 회장님은 곧 잊어버리겠지만, 저 같은 사람은 평생을 기억한다고요.” “그랬던가?” “회장님의 제안, 받아들일게요.” “그래, 그럼.” 그의 책상을 이리저리 뒤적이더니 몇 장의 서류를 들고 와 그녀의 앞 티테이블에 내려놓았다. “사인해. 확실한 내용은 합의 후에 결정하겠다고 되어 있어. 그 서류는 내가 너에게 오늘 줄 테니까 검토해 보고 내일까지 갖다줘. 내일 열두시까지 갖고 오지 않으면 마음 바꾼 걸로 생각할게. 이 계약서에도 명시되어 있어. 사인 후 그 다음날 열두시까지 합의 내용 서류 제출.” “……네.” 판도라의 박스라고 했던가. 한 번 열어버린 후에는 주워 담을 수 없었다던 그 상자. 지수는 계약서를 훑어보며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. 변했다고 생각했지. 하지만 변하지 않았어. 나 같은 인간은 변하지 못해. 난 철저히 나 자신만 챙기는 그런 인간이니까, 변한다고 해도 그건 살아남기 위해서야. 이성환, 너보다는 내가 훨씬 더 승산이 있어. 뭘 생각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, 한 번 해보자고.

필명 - 김세희
나이 - 1979년생
10년 전 한국을 떠나 현재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거주하면서 아동들을 위한 교재를 개발하며 틈틈이 소설을 쓴다.
주요 작품 - 집착, 계약결혼, 윈터 요하네스버그, 사기꾼, 레퀴엠, 국제결혼이 궁금하십니까, 그 외 단편 다수.

현재 로망띠끄와 홈 페이지 www.amantes.pe.kr 에서 가을: 야상곡 연재중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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